건강관리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확인하게 되는 숫자가 있다.
체중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체중계에 올라갔는데 숫자가 줄어 있으면 괜히 기분이 좋고, 반대로 조금 늘어 있으면 전날 뭘 먹었는지부터 떠올리게 된다.
나도 건강이나 식단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체중을 중요하게 보게 됐다.
살이 빠지면 건강해지는 것 같고, 몸무게가 그대로면 운동을 해도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자료들을 보다 보니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체중은 분명 중요한 숫자지만, 건강 전체를 대표하는 숫자는 아닐 수도 있겠구나.
운동을 했는데 체중이 그대로면 실패일까
예를 들어 한 달 동안 꾸준히 운동했다고 생각해보자.
주 3회 러닝을 하고, 근력운동도 조금씩 시작했다.
야식도 예전보다 줄였다.
그런데 체중계 숫자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예전의 나라면 조금 허무했을 것 같다.
운동까지 했는데 왜 살이 안 빠졌나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한 달을 무조건 실패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CDC는 규칙적인 신체활동의 효과를 체중 감소 하나로 설명하지 않는다.
신체활동은 수면의 질, 혈압, 심혈관 건강, 제2형 당뇨병 위험, 뼈와 근육, 일상생활 능력 등 여러 부분과 관련돼 있다.
즉 체중계가 그대로였다고 해서 몸에서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부분이 꽤 마음에 들었다.
체중 감량과 건강 개선은 완전히 같은 목표가 아니었다
물론 과체중이나 비만이 건강 위험과 관련될 수 있기 때문에 체중 관리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WHO도 과도한 체중과 건강하지 않은 식생활이 여러 비감염성 질환과 밀접하게 관련된다고 설명한다.
나 역시 필요한 경우 체중을 줄이는 건 분명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경계하고 싶은 건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체중이 줄어야만 건강관리가 잘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건강해지려는 과정에서 체중이 같이 줄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체중 변화가 작더라도 운동 습관이 생기고, 식사의 질이 좋아지고, 체력이 늘었다면 그것도 중요한 변화다.
이 두 가지를 완전히 같은 것으로 보면 좋은 변화들을 놓치기 쉬운 것 같다.
35살이 되니 ‘몇 kg인가’보다 ‘내 몸을 잘 쓸 수 있는가’가 궁금해졌다
예전에는 목표 체중을 정하는 게 편했다.
몇 kg까지 빼겠다는 숫자가 있으면 목표가 명확해진다.
그런데 요즘은 그 숫자만큼 다른 것도 궁금하다.
계단을 올라갈 때 숨이 얼마나 차는지.
5km를 예전보다 편하게 달릴 수 있는지.
스쿼트나 푸시업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지.
오래 걸어도 쉽게 지치지 않는지.
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몸이 얼마나 개운한지.
이런 것들은 체중계에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실제 생활에서는 오히려 이런 변화가 건강을 더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
체중은 하루에도 꽤 흔들릴 수 있다
체중을 매일 재다 보면 재미있는 걸 알게 된다.
어제보다 1kg 가까이 늘거나 줄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지방이 갑자기 1kg 생겼다가 없어지는 건 아닐 것이다.
먹은 음식의 양, 수분 상태, 나트륨 섭취, 배변 상태 등 여러 요인이 단기적인 체중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하루 숫자에 너무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체중을 확인한다면 하루하루의 변화보다 조금 긴 흐름을 보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이 생각을 하고 나니 체중계에 올라가는 일도 조금 덜 부담스럽다.
숫자를 성적표처럼 보기보다 현재 상태를 알려주는 데이터 하나 정도로 보는 것이다.
살이 빠졌는데 운동을 전혀 안 한다면 나는 조금 아쉬울 것 같다
예를 들어 식사량을 크게 줄여 체중이 빠졌다고 가정해보자.
체중계 숫자만 보면 성공처럼 보인다.
그런데 거의 움직이지 않고 근력운동도 하지 않는다면 나는 조금 아쉬울 것 같다.
내가 요즘 건강관리를 생각하는 목적은 단순히 몸을 작게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래 움직이고 싶고, 근력도 유지하고 싶고, 나이가 들어도 일상생활을 편하게 하고 싶다.
CDC의 신체활동 권고에서도 성인에게 유산소 운동뿐 아니라 주 2일 이상의 근력강화 활동을 함께 권한다.
이걸 보면 건강관리가 체중 하나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더 강해진다.
그렇다고 체중계를 버릴 생각은 없다
여기서 또 반대로 가고 싶지는 않다.
체중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장기간 체중이 계속 늘고 있다면 식사나 활동량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감량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변화 과정을 확인하는 꽤 간단한 지표이기도 하다.
나 역시 체중을 계속 확인할 것 같다.
다만 이제는 체중계를 건강 전체를 판정하는 기계처럼 사용하지 않을 뿐이다.
체중은 보는 숫자 중 하나.
운동 기록도 하나.
수면이나 식습관, 내 몸의 컨디션도 각각 하나.
이렇게 여러 정보를 같이 보는 쪽이 지금은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건강식단을 시작한 이유도 결국 몸무게만 줄이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단백질 식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도 처음에는 체중관리와 어느 정도 연결돼 있었다.
단백질을 잘 챙기고 야식을 줄이면 몸도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식단을 공부하다 보니 점점 질문이 바뀌고 있다.
몇 kg 빠질까보다 내가 이런 식사를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가 궁금해졌다.
채소를 충분히 먹는지.
단백질을 다양한 음식에서 섭취하는지.
너무 배고픈 식단을 억지로 참고 있지는 않은지.
이런 걸 보다 보면 체중 감량은 건강관리의 일부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운동 기록에서 체중 말고 볼 수 있는 숫자도 많았다
러닝을 한다면 거리나 페이스를 볼 수 있다.
같은 속도로 달렸는데 예전보다 덜 힘들 수도 있다.
근력운동을 한다면 반복 횟수나 사용하는 무게가 조금씩 변할 수도 있다.
평소 걷는 시간이 늘어날 수도 있다.
이런 변화는 체중계 숫자보다 느릴 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더 재미있다.
내 몸이 실제로 뭔가를 더 잘하게 되고 있다는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 체중 감량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이런 기록을 같이 보고 싶다.
몸무게만 줄고 체력은 떨어지는 것보다, 속도가 조금 느리더라도 운동 능력을 같이 가져가는 쪽이 더 마음에 든다.
친구가 몇 kg까지 빼야 건강하냐고 묻는다면
예전에는 키와 체중을 보고 목표 숫자부터 이야기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아마 조금 다르게 물어볼 것 같다.
평소 운동을 하는지.
식사는 어떻게 먹는지.
잠은 충분히 자는지.
혈압이나 건강검진 결과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없는지.
그리고 체중이 실제로 어떤 흐름으로 변하고 있는지도 같이 볼 것 같다.
건강 상태나 질환이 있다면 이런 판단은 당연히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하지만 평범하게 건강관리를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체중 하나에 너무 많은 의미를 주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원하는 건 가벼운 몸보다 잘 움직이는 몸에 조금 더 가깝다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내가 원하는 건강의 모습도 조금 선명해졌다.
무조건 가장 낮은 체중을 만드는 건 아니다.
적당히 먹고 운동하면서 체중도 건강한 범위에서 관리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몸을 잘 쓰고 싶다.
러닝을 하고 싶을 때 달릴 수 있고, 여행을 갔을 때 하루 종일 걸을 수 있고, 무거운 물건을 들 때 몸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상태.
35살인 지금은 이런 게 조금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체중계 숫자가 건강의 결과 중 하나일 수는 있어도, 건강 그 자체는 아닌 것 같다.
예전에는 숫자가 내려가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운동과 식단을 계속 이어가면서 내 몸이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같이 보려고 한다.
아마 앞으로 체중계를 볼 때도 예전보다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
참고 출처
CDC, Physical Activity and Your Weight and Health
https://www.cdc.gov/healthy-weight-growth/physical-activity/index.html
World Health Organization, Nutrition for a healthy life – WHO recommendations
https://www.who.int/europe/news-room/fact-sheets/item/nutrition---maintaining-a-healthy-life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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