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식단을 챙기기 시작하면서 은근히 기대했던 게 하나 있었다.
단백질을 충분히 먹으면 배가 오래 부를 것 같았다.
실제로 단백질은 포만감과 관련해서 자주 언급된다. 그래서 닭가슴살이나 계란을 챙겨 먹고 나면 왠지 간식도 덜 찾게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식단을 생각하다 보니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건강하게 먹었다고 생각한 날에도 왜 저녁이 되면 자꾸 뭔가 먹고 싶을까?
처음에는 단순히 내가 식욕을 못 참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니 이야기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았다.
단백질이 포만감에 도움 된다는 말 자체는 맞았다
2025년에 발표된 단백질과 식이섬유, 운동을 다룬 연구 리뷰를 보면 단백질 섭취가 포만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존 연구들이 정리되어 있다.
단백질이 상대적으로 많은 식사를 했을 때 배고픔이 감소하고 포만감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내용이다.
이 부분까지만 보면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역시 단백질을 더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그다음부터가 조금 재미있었다.
같은 자료에서 계속 같이 등장하는 게 식이섬유였다.
나는 포만감을 생각하면서 거의 단백질만 보고 있었는데, 식이섬유도 음식이 위와 장을 통과하는 과정이나 씹는 시간 등에 영향을 주면서 포만감과 관련될 수 있었다.
결국 배부름을 만드는 식사를 단백질 하나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얘기였다.
닭가슴살 하나 추가했다고 식사가 완성되는 건 아니었다
예를 들어 점심으로 닭가슴살 하나와 아주 적은 양의 밥만 먹었다고 가정해보자.
단백질은 어느 정도 챙겼을 수 있다.
그런데 채소나 통곡물, 콩류 같은 음식이 거의 없다면 식이섬유 섭취는 부족할 수 있다.
전체 식사량 자체가 너무 적다면 오후에 다시 배가 고픈 것도 이상하지 않다.
이걸 생각하면서 내가 건강식이라는 말을 조금 이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칼로리가 낮고 단백질이 높으면 무조건 좋은 식사라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건강을 목적으로 먹는 식사가 매번 몇 시간 뒤 강한 허기로 이어진다면 과연 그 식단을 오래 유지할 수 있을까?
나는 이 부분이 꽤 중요하다고 본다.
식이섬유 25g이라는 숫자를 보고 내 식사를 한번 떠올려봤다
WHO의 최신 건강한 식단 안내에서는 10세 이상 사람에게 하루 최소 400g의 과일과 채소, 그리고 자연식품에서 얻는 식이섬유를 하루 최소 25g 정도 섭취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한다.
물론 매일 정확하게 25g을 계산하면서 먹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도 식사 때마다 식이섬유를 계산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 숫자를 보고 평소 식사를 떠올려보니 조금 걸리는 부분은 있었다.
단백질은 꽤 열심히 챙기면서 채소나 콩, 통곡물은 그냥 있으면 먹는 정도로 생각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단백질 제품 포장지에는 ‘단백질 20g’이라고 크게 적혀 있지만 오늘 내가 식이섬유를 얼마나 먹었는지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한쪽은 계속 신경 쓰고 다른 한쪽은 자연스럽게 놓칠 수 있겠다 싶었다.
배고프면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쉬웠다
다이어트나 식단관리 이야기를 보면 참는 능력을 굉장히 중요하게 보는 경우가 있다.
간식을 먹으면 실패한 것 같고, 밤에 배가 고프면 내가 식욕 조절을 못 하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도 예전에는 건강관리가 어느 정도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물론 습관을 바꾸려면 어느 정도 의지는 필요하다.
그런데 요즘은 배가 고픈 상황 자체를 먼저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침을 너무 적게 먹지는 않았는지, 점심에 단백질만 챙기고 다른 음식은 지나치게 줄이지 않았는지, 잠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같은 것들이다.
무조건 참는 것보다 왜 계속 먹고 싶은 상태가 되는지를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접근 아닐까 싶다.
단백질을 먹었는데도 배가 고프다면 양 자체가 너무 적을 수도 있다
이건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데 건강식을 하다 보면 오히려 놓치기 쉽다.
식사 전체의 양이다.
닭가슴살과 샐러드를 먹었다고 하면 굉장히 건강한 한 끼처럼 들린다.
하지만 평소 필요한 에너지에 비해 지나치게 적게 먹었다면 결국 배가 고플 수밖에 없다.
우리 몸 입장에서는 그 음식에 ‘건강식’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소가 들어왔는지가 더 중요할 것이다.
특히 운동까지 하는 사람이라면 더 그렇다.
러닝이나 근력운동으로 에너지를 쓰면서 식사량은 계속 줄이고 있다면 허기를 무조건 의지로 누르는 방법은 오래가기 쉽지 않을 것 같다.
탄수화물을 너무 줄였던 식단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단백질 식단에 관심을 가지면 탄수화물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기 쉽다.
나 역시 예전에는 밥을 적게 먹을수록 건강한 식단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그런데 WHO의 건강한 식단 원칙을 보면 탄수화물 자체를 없애는 방향이 아니다.
탄수화물은 주로 통곡물, 채소, 과일, 콩류 같은 식품에서 섭취하는 방향을 권한다.
여기서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게 있다.
이런 식품들은 탄수화물만 주는 게 아니라 식이섬유도 함께 제공한다는 점이다.
결국 흰빵이나 과자를 많이 먹는 것과 현미밥이나 귀리, 콩을 먹는 것을 그냥 ‘탄수화물’이라는 한 단어로 묶을 수는 없는 것이다.
탄수화물을 줄이는 데만 집중하다가 오히려 식단에서 필요한 부분까지 같이 빼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도 무조건 피해야 하는 건 아니었다
또 하나 의외였던 건 지방이다.
식단을 관리할 때 지방은 칼로리가 높다는 이유로 가장 먼저 줄이고 싶어지는 영양소다.
하지만 WHO 역시 지방을 몸의 정상적인 기능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로 설명한다.
중요한 건 지방을 아예 먹지 않는 것이 아니라 종류와 양을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견과류나 생선, 올리브유 같은 음식에도 지방이 들어 있다.
이런 걸 보고 나면 건강한 식사는 생각보다 ‘빼기’만 하는 과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탄수화물도 줄이고 지방도 줄이고 칼로리도 줄인 상태에서 단백질만 올리는 식단은 숫자로는 깔끔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계속 배가 고프다면 그게 내 생활에 맞는 식단인지는 다시 생각해볼 것 같다.
요즘은 한 끼를 볼 때 네 가지 정도를 같이 생각한다
나는 식단을 너무 복잡하게 계산하고 싶지는 않다.
건강해지려고 시작했는데 매 끼니 계산기를 두드리게 되면 그것도 오래 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은 한 끼를 볼 때 아주 단순하게 몇 가지를 떠올리는 쪽이 편하다.
단백질이 있는지.
채소나 과일 같은 식품이 있는지.
적당한 탄수화물이 있는지.
그리고 먹고 나서 몇 시간 정도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식사량인지.
매번 완벽할 필요는 없다.
어떤 끼니에는 채소가 부족할 수도 있고, 약속이 있는 날에는 평소보다 많이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며칠을 놓고 봤을 때 계속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면 그때 조금 조절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단백질 숫자보다 ‘다음 식사까지 어떻게 지내는지’를 보게 됐다
예전에는 식사를 하고 나면 단백질을 몇 g 먹었는지가 궁금했다.
지금은 다른 것도 한번 본다.
먹은 뒤 한두 시간 만에 간식을 찾는지, 오후에 너무 허기져서 저녁을 과하게 먹게 되는지, 운동할 때 힘이 지나치게 떨어지는지 같은 부분이다.
식단표에 적히지는 않지만 이런 반응도 꽤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한다.
내 몸이 계속 배고프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숫자가 완벽하다는 이유로 무조건 참는 건 어딘가 이상하다.
친구가 “단백질도 많이 먹는데 왜 계속 배고프지?”라고 묻는다면 이제는 단백질을 더 먹으라는 말부터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오히려 하루 식사를 한번 같이 볼 것 같다.
채소와 과일은 얼마나 먹는지, 식이섬유가 있는 음식은 있는지, 탄수화물을 너무 줄이지 않았는지, 전체 식사량이 지나치게 적지는 않은지.
내가 단백질 식단을 공부하면서 점점 느끼는 건 건강한 식사가 생각보다 한 가지 영양소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백질은 분명 중요하다. 그런데 단백질만 잘 챙기는 것과 잘 먹는 것은 같은 말은 아닌 것 같다.
요즘 내 식단에서 가장 많이 달라진 부분도 바로 그 생각이다.
참고 출처
World Health Organization, Healthy diet
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healthy-diet
Guarneiri LL, Kirkpatrick CF, Maki KC. Protein, fiber, and exercise: a narrative review of their roles in weight management and cardiometabolic health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225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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